yj > 졸업생성과-커뮤니티 > [CEO 창업열전] 외식업체 ‘놀부’ 김순진 사장

와이제이		[CEO 창업열전] 외식업체 ‘놀부’ 김순진 사장		2004/0702/1218		3,783

[CEO 창업열전] 외식업체 ‘놀부’ 김순진 사장

[파이낸셜뉴스 2003-09-14 18:50]

5평 남짓. 제대로 주방시설을 갖추기도 어려운 좁은 공간. 그 좁디좁은 공간에서 국내 외식업체 선두주자인 놀부가 탄생했다. 놀부보쌈 등 8개 아이템에 340여개 가맹점을 갖추고 연매출 1000억원대를 넘기고 있는 놀부신화는 바로 이곳 5평에서 시작한 것이다.

김순진사장(51)이 서울 신림동 소재 신림극장 뒷골목에 보쌈 전문식당 ‘골목집’을 연 것은 지난 87년 5월10일. 세 차례에 걸친 음식장사에서 연이어 실패를 거듭한 김사장이 가까스로 마련한 식당이었다.

“백반집, 돼지갈비식당, 곰장어 식당 실패도 따지고 보면 자금난이 원인이었습니다. 특히 과천의 백반집은 장사는 잘되었지만 과천 대공원 개발과정 도중 헐리고 말았지요, 돈이 없어 임시 무허가 건물에서 장사를 한 것이 잘못이었어요.”

3전 3패. 절대절명의 기로에 선 김사장에게는 선택할 그 어떤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는 차라리 행복한 고민이었다. 세익스피어의 햄릿은 자신만 죽으면 되지만 김사장에게는 그런 선택마저 할 수 없었다. 어렵게 낳은 딸아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모덕(?)에 중학교 문턱도 못밟았던 김사장으로서는 자식에게는 절대적인 고통을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돈을 벌어야만 했다. 죽음보다 무서운 게 돈이었다.

“식당을 차릴 돈이 터무니 없이 부족했습니다. 처음에는 포장마차를 하려고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나 그것에도 50만원이라는 권리금이 붙어있더군요. 포장마차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작은 이랬다. 너무나 비참했다. 명랑소녀였던 김사장이었지만 한동안 참담한 기분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

다시 식당을 찾아 헤맸다.여러 달을 헤맨 끝에 찾은 게 골목안 자리.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23만원. 김사장은 감지덕지했다. 초라한 식당이지만 그것은 김사장에게는 생명 이상이었다. ‘여기에서마저 실패한다면…’, 이 이후로는 생각치 않기로 했다.

아이템은 이미 결정했다. 보쌈이었다. 식당을 찾으려 돌아다니다 우연히 발견한 보쌈집이 성황이었던 게 이유라면 이유였다.

“두 달 동안 두문불출, 밤낮으로 보쌈요리를 개발했습니다. 보쌈 고기를 삶는 방법, 보쌈김치만드는데 날밤을 샜습니다.”

개업하고 일주일이 걸렸다. 식당 앞에 사람들을 줄을 세우는데 걸린 시간은 겨우 7일.

“소문에 소문을 낳아 사람들이 몰려들더군요. 하루종일 앉을 시간도, 밥먹을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빴습니다.”

성공의 핵심은 당시로서는 저렴한 가격에 획기적인 맛과 풍부한 양. 보쌈 1인분은 당시로서도 월등히 싼 2500원이었다. 고기와 김치를 따로 한접시 내주고, 냉면그릇만한 커다란 그릇에 된장국을 담아준 것은 히트 중의 히트였다. 아낌없이 퍼준다는 소문의 진원지는 바로 이 된장국이었다.

“지금도 놀부보쌈집에 가면 된장국을 커다란 그릇에 담아줍니다. 손님들은 예나 지금에나 이 커다란 그릇에 담겨진 된장국을 좋아합니다.”

개업 5개월이 지날 무렵 김사장은 식당을 넓혔다. 이웃한 가게를 임차, 규모를 12평으로 확장한 것이다.

아무리 잘 된다해도 5평의 식당에서 5개월동안 얼마나 벌었을까. 식당을 넓히는데 들어간 돈은 물론 월세 보즘금이었다.

“ 당시 300만원인 월세보증금을 뺐습니다. 가게 한구석에서 잠 잘 곳을 마련하고, 아이는 친척집에 맡겼습니다.”

배수진이었다. 모든 것을 투입한 식당. 하지만 김사장은 자신이 있었다. 그것은 무엇보다 자신의 운명에 대한 확신이었다.그것은 또한 기다란 고통의 터널을 벗어난 자만이 느끼는 예리한 감각이었다.

새로 확장한 식당명은 ‘놀부집’. 보쌈을 잔뜩 입에 문 손님모습을 풍자한 이름이었다.

이후로는 승승장구. 몰려드는 손님들로 인해 인근의 40여평 규모의 식당으로 옮겼야만 했다.

본격적인 가맹 사업은 89년 4월부터 시작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1호점이 들어섰다. 한번 시작된 놀부의 가맹사업은 하루가 다르게 번창했다. 까다롭게 가맹점주를 골랐음에도 불구, 한 달에 1개 이상씩 늘어났다. 가맹점이 10개 20개로 불어나면서 외부인력을 스카우트하기 시작했다.

91년은 놀부의 제2 도약기로 기록된 한 해다. 그 해 3월에 충북 음성에 식품공장을 준공, 체계화된 프랜차이즈 물류시스템을 완비했다. 2000평 부지에 700평 규모의 음성공장은 이후 놀부의 충청 이남 진출의 전진기지 역할을 톡톡히 했다.

“ 다른 외식업체들보다 놀부가 먼저 전국망을 갖추게된 것은 음성공장때문입니다. 음성공장은 당시 수요만 예측하고 만든 공장이 아니고 10년 후를 내다보고 지은 것입니다.”

92년에는 해외에도 진출했다. 출장길에 말레이시아에 변변한 한국식당이 없는 것을 보고 그 나라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에 2개의 놀부레스토랑을 개업한 것이다. 당시 외식업체가 해외로 진출하는 것은 보기 드믄 사례였다.

놀부는 그러나 지난 해부터 비즈니스 차원에서 해외진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상지는 중국. 중국 위해시에 놀부집을 열었다.

“올 연말부터 본격 진출합니다. 중국의 프랜차이즈 시장은 시장규모만큼 성장이 높다고 판단,전력 질주할 생각입니다.”

회사가 체제를 갖추면서 김사장에게는 심각한 고민이 생겼다. 그것은 다름아닌 학력부족이었다.

“한자와 영어로 쓰인 보고서 등을 해독할 수 없어 힘든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특히 90년대 초반 외부에서 스카우트한 전문인력들이 제출한 보고서때문에 고생많이 했습니다.”

다부지게 마음 먹었다. 큰 사업을 하려면 제대로 된 공부가 필요했다. 밤낮 영어단어를 외우고 한자를 익혔다.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또는 출장을 갈 때도 손에 책을 놓지 않았다.심지어 투서로 인한 세무사찰을 받았을 때도 그는 책을 놓지 않았다.

90년대 초반 나이 40이 넘어 시작한 공부. 남들이 손가락질해도 김사장은 공부에 열중했다. 그 노력은 96년 5월에 고입검정고시, 96년 8월에 대입검정고시합격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에 힘입어 2001년 우송대학교 관광경영학과를 졸업했다. 2003년에는 경원대학교 대학원 관광경영학과 석사학위마저 취득했다. 김사장은 2003년 9월 현재 이 학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돈 좀 있으면 아무개나 걸어넣을 수 있는 ‘애기 웃기는’ 학위를 딴 것이 아니다. 돈 많은 사람들에게서 흔히 보는 무슨 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수료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그의 공부에 대한 열정은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숨가쁘게 달려왔던 김사장은 이쯤에서 쉴 법도 한데 여전히 일에 몰두하고 있다. 일례로 오는 27일 서울 하얏트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릴 ‘21세기 여성 CEO연합’창립대회 준비로 바쁘다. 김사장은 이 단체의 회장이다.

“일에 몰두하면서 모든 것을 이루었고, 또 이루어 갈 겁니다. 일은 바로 내인생이자 나의 모든 것입니다. 일에는 내가 추구하는 모든 것이 담겨져 있습니다.”

기자와 인터뷰 도중 모처에서 골프치자는 전화가 왔다. 김사장이 순간적으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팔자 좋은 소리 하네.” (02)574-5511

[이 게시물은 와이제이님에 의해 2004-07-02 16:29:00 검정고시 뉴스(으)로 부터 이동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