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j > 졸업생성과-커뮤니티 > ［삶속의 종교, 종교속의 삶］ 26. 부산 삼광사 도원스님

와이제이		［삶속의 종교, 종교속의 삶］ 26. 부산 삼광사 도원스님		2004/0702/1219		3,473

［삶속의 종교, 종교속의 삶］ 26. 부산 삼광사 도원스님

[경향신문 2004-06-10 19:16]

“오늘 중학 검정고시에 합격한 할머님들, 축하드립니다.”

지난 9일 오전 부산 삼광사 주지 도원스님(52)은 뿌듯했다. 2001년 삼광사 주지로 부임한 후 금년 3월부터 운영해온 스님의 ‘야심작’ 초등학교 졸업자격 검정고시 대비반이 ‘기적’을 이뤘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치른 검정고시에서 합격한 10명의 할머니학생은 스님이 거둔 최초의 결실이다.

검정고시 합격축하에 이어 도원스님이 한글학교 학생들에게 안부를 전했다.

“요즘 배우는 옛날 이야기가 어렵진 않으세요?”

“아~뇨. 너~무 재미있어요.” 100여명의 할머니학생들은 쫑긋 입을 모아 큰 소리로 답한다. 그리곤 까르르 웃는다. 교실은 이내 사춘기 여중생들로 꽉찬 중학교 교실처럼 부풀어오른다.

대한불교 천태종 삼광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신도가 많은 사찰로 꼽힌다. 등록가정수가 17만5천명에 달하니 신도는 적어도 35만명 이상인 셈이다. 1992년 설립된 삼광 한글학교는 삼광사만큼이나 전국적으로 소문난 교육기관. 13년째 대규모 한글학교를 운영하는 사찰로는 유일하기 때문이다.

한글학교 학생은 총 465명. 1~3학년이 주3회 하루에 2시간씩 수업하고 재입학생인 4학년도 있다. 나이는 32세부터 82세까지 다양한데, 이중 남학생은 2명뿐이다. 전액 무료. 자음·모음 익히기부터 간단한 문장읽기와 문법익히기 과정이 있다. 또 불교기초교리, 일반상식, 일기쓰기, 고사성어, 한자공부 시간도 있다.

“어르신들은 한글을 모르고 살아온 세월을 후회하시며 죽기전에 배우겠다고 이곳을 찾습니다. 절실한 만큼 향학열도 뜨겁지요. ‘졸업하기 싫다’고 하시면서 일부러 낙제하는 할머님도 있답니다.”

스님은 “자녀들 몰래 글을 배우다 졸업식 때 ‘글을 읽을 줄 안다’고 고백한 할머니들은 가족끼리 부둥켜안고 눈물바다를 이루곤 한다”고 아름다운 장면을 전했다.

스님의 인문학적 관심은 ‘한글학교’와 ‘검정고시’로 끝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부산에 본부가 있는 한국문학회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부산지역 대학생 한글관련 논문 10편을 우수논문으로 선정해 시상식도 가졌다. 스님은 삼광사를 어문계열 지원사찰로 특화한 것이다.

“국가적으로 어문학분야 지원이 미약합니다. 사찰에서라도 돌보지 않는 분야를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요? 신도들의 불전(佛錢)은 문화를 통해 사회에 환원돼야지요.” 스님은 2002년 한글학회 주최 한글상을 받았다.

“85년부터 2년간 천태종 포교지인 월간 ‘금강’지 부사장으로 일하며 출판과 어문학에 눈떴지요. 20년동안 서울 총무원에서 종무를 보면서 틈틈이 각종 공연을 접했고요. 삼광사는 신도규모에 비해 문화적 부분이 취약한 듯 싶어 문화예술과 어문학의 향기를 신도들에게 전한겁니다. 사찰은 문화를 지원하고 신도들은 문화를 공급받는 ‘양면효과’를 얻은 셈이죠.”

스님의 극성(?)으로 삼광사는 부산 예술계에서 상찬받는 사찰이 됐고 지역사회도 계속 스님을 찾는다. 부산종교인평화회의공동대표, 부산시민서포터스 부회장, APEC 시민지원사업 공동대표 등 주지스님의 직함은 23개나 된다. 참가행사도 하루 평균 3~5개. 그래도 스님은 자신을 불러주는 곳을 ‘고마운 인연’이라며 “문화예술에 불교 이야기를 담아내는 포교활동을 계속하겠다”고 전했다.

〈글·사진 유인화기자 rhew@kyunghyang.com〉

[이 게시물은 와이제이님에 의해 2004-07-02 16:28:43 검정고시 뉴스(으)로 부터 이동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