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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제이		내가 하고 싶은것 2 --학원생 정부희씨 편--		2005/0228/1408		6,719

내 가 하고 싶은 것 2

“엄마 이것 한번 보실래요?”
“응?, 그게 뭔데,” 막, 퇴근해 오며 딸아이가 하얀 봉투 하나를 건네준다. 봉투는 서울디지털대학교를 소개하는 광고문이었다.
“우리 대학교에 엄마가 찾고 있는 심리학과가 있어요.”
딸아이의 말이었다.
디지털대학 심리학과... 과연 내가 할 수 있을 까? 나는 꿈같았던 지난날을 그려보았다.
지금부터 3 년 전 일이다. 정확히 2001년 9월1일부터 나는 공부를 시작했었다.
너무도 갈망하고 열망했던 공부를 .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탓에 남들이 공부 하는 시절에는 나는 연로한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와야만 했다. 나이가 차서 부모님이 정해준 사람과 중매로 결혼해 남매를 낳았다. 시골로 시집은 갔지만 우리는 작은딸아이 3살 되던 해 서울로 이사를 왔다. 우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남편은 조그만 가게를 시작했다. 장사는 생각보다 잘되어서 규모도 제법 커졌다. 두 아이 대학공부 시키고 생활을 꾸려 나갈 정도 까지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줄곧 지금까지 가게를 지켰다. 가게가 바쁜 !탓에 하고 싶은 공부는 꿈도 꾸지 못 한 채 어언 30년이 훌쩍 넘어갔다.
그러다 몇 년 전 다리에 이상이 생겨 대수술을 받게 되었다. 퇴행성 무릎관절 장애 4급! 뜻밖의 진단을 받고 보니. 너무도 마음이 허무했다. 잘살고 싶어서 열심히 일 한 죄밖에 없는 데... 장애인 이라니. 마음이 너무 아파 왔다. 일 하는 즐거움으로 살아왔건만 이제는 하루 종일 가게에서 일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무릎에 인공관절을 사용하는 터라 조심해야 한다는 선생님 말씀에 오전에는 집에서 쉬고 오후에만 가게에 나가 남편과 교대를 해야 했다. 몸은 아파도 몇 십 년을 시장에서 살아온 탓인지 오전에 집에 있는 게 무료 하고 힘들었다.
무엇을? 해야 될 것만 같았다. 무엇을 할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공부가 하고 싶지만 이 나이에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망설여졌다. 또 남들이 알면 창피스러울 것만 같았다. ‘누가 위기를 기회로 삼으라 했던가?’ 나는 그 기회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했다. 먼저 남편에게 나에 소망을 얘기를 하며 간곡히 부탁을 했다. 오전엔 학원에 가 공부하고 오후에는 가게에 나갈 것 이라는 약속과 함께. 처음엔 시큰둥하던 남편도 나에 간절한 소망 앞 엔 어쩔 수 없었던 건지. 열심히 해보라는 격려와 함께 허락을 했다. 아들 녀석도 “엄마가 다닐 학원인 만큼 엄마 마음에 들어야해?”라고 반색을 하며 거들었다.
이틀을 검정고시 학원을 찾아다닌 결과. 부천 역에 있는 한 검정고시 학원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쾌적한 환경과 성심성의껏 상담해 주시는 선생님 도 그렇고 특히 교통이 편리해서 좋았다.8월20일 접수를 하고 9월1일 까지 열흘을 기다리는데 왜 그리 그 열흘이 길던지 몰랐다.
드디어 9월1일 ! 첫 수업시간이 시작 되었다. 국어 시간이었다. 우리 국어사랑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던 국어 선생님은 엄마들의 답답한 마음을 너무도 잘 알아 주셔서 지금도 잊을 수 가 없다.
학원에 와 보니 나 혼자 만이 공부 못 한 게 아니었다. 덕분에 창피한 생각은 들지 않았다. 중등 과정 학급에는 우리 아들 딸 보다 어린 학생들과 함께 나처럼 공부시기를 놓친 엄마들 4명이 있었다. 영어는 기초 ABC부터 배웠고. 국어. 수학. 과학. 본격적인 중! 학과정 공부가 시작 되었다.
한자 한자 배워갈 때 의 즐거움을 그 무엇에 비교하리. 너무도 하고 싶은 공부였던지라 우리 5명은 한풀이라도 하듯 공부가 즐거웠다. 아이들처럼 활기차게 떠들고. 수업시간 마다 마냥 행복했다. 국어는 국어대로 즐거웠고 수학은 수학대로 재미가 났다. 안 풀리는 문제와 씨름하며 공책 한 면을 다 풀어도 풀리지가 안아 ??아이한테 물어봐서 풀렸을 때 의 쾌감! 외워도 외워지지 않는 영어 단어를 외울 때 에는 나 자신의 한계를 느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밤새 줄줄 외운 단어. 시험지를 받아든 순간 머리가 백지처럼 하얘 질 때의 당혹감!
“그래. 공부는 때가 있는 법이야? 라고 되 뇌이며 좌절하기도 하고. 좋아! 그래도 나는 할 거야. 한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하고 만다! 을 수 없이 다짐하기도 했다. 제일 기뻤던 건 길거리의 간판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과 자동차 뒤 범퍼에 쓰여 진 이름들을 척척 읽을 수 있다는 것 이었다. 한달에 한 번 있는! 시험이 다가오면 우리 5명 엄마 들은 방과 후에 학원에 남아 시험공부도 했다. 모르는 것 은 서로 서로 가르쳐주었고. 서로 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몰라서 가슴 아팠던 지난날을 공부로 날려 보내자. 아는 게 힘이여. 이런 말을 외치던 우리는 비록 나이는 4.50대 이지만 마음 은 중학생 이였다. 학원이 끝나면 우리도 여느 중학생이 하는 것처럼 떡볶이 집에도 가보고 시험이 끝나는 날은 영화관에 가서 영화도 보곤 했다. 얼마나 해보고 싶었던 학교생활이었던가.
우리 학급 어린 친구들을 소개 하자면 아주 다양했다. 캐나다에 중2때 어학연수를 갔다 졸업을 못해 정규 고등학교를 가기위해 온 친구. 가정 형편상 술집에서 D, J,를 해 엄마를 도우며 공부한다는 21세의 총각. 몸이 아파 중학교를 졸업 못 하고 뒤늦게 진학하기 위해 온 친구. 그 외에도 많은 젊은이들이 있었다. 모두 더 없이 예쁘고 착해 보였다. 내가 공부를 시작 하지 않았더라면 어디에서 이런 순박한 친구 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나이가 제일 많아 왕 언니인 나는. 수학 공부에서 이해가 느려 젊은 친구들한테 늘 미안 했다. 윤리. 국어. 수학. 과학 선생님... 많은 선생님들의 따뜻한 배려로 우리는 매일 매일. 즐겁게 공부 할 수 있었다. 순영이 는 나에게 잊을 수 없는 동생이자 친구였다.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툼도 간혹 있었지만. 언제나 나에겐 선생님이나 다름없는 친구였다. 오후엔 가게에 나가 남편과 교대를 해 줘야 했었기 때문에 항상 시간에 쫓기던 나였다. 집에 와서 예습은 물론이고 복습도 하지 못한 날이 많았다. 내가 모르는 것을 물어 보면 순영이 는 한번도 싫은 내색 없이 차분히 가르쳐 주곤 했다. 언제나 고마웠던. 공부를 무척이나 잘했던 순영은 2003년 8월2일. 고교 검정고시에서 평균점수 98.8로 전국 수석을 해서 나를 놀라게 했다. 난 겨우 88점. 그래도 나는 뛸 듯이 기뻤다.
나를 공부 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준 남편과 아들. 딸이 고마웠다. 자꾸만 가르쳐 줘도 자고 나면 잃어 버려 또 묻곤 하는 엄마가 얼마나 한심 했었을까? 그래도 아들과 딸은 엄마가 자랑스럽단다. 고검을 합격 하고 나니 대검은 수월했다. 이듬해 2004년 4월5일 마침내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했다. 대검에 합격하기 전에는 대검에 합격만 하면 세상이 다. 달라 보 일 줄 알았는데 정작 그렇지가 않았다.
또 욕심이 생겼다. 대학교 공부를 내가 해 낼 수 있을까? 망설여졌지만 나는 또 도전해 보고 싶었다. 중,고등 학교 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해 내지 않았던가.
얼마 전 딸아이에게 방송통신대에 가고 싶다는 말을 했었다.
“엄마 무슨 과 에 가고 싶은데요?”
그 물음에 나는 딸처럼 심리학을 공부 하고 싶다는 대답을 했었다. 현재 딸아이는 심리학을 전공하고 대학졸업 후 모교 연구실에 근무 중이다.
“그래!”
나는 이제부터 또 목표가 생겼다. 비록 디지털 대학이지만 심리학을 공부 해보리라.
젊은 사람에 비해 시간이 몇 배 더 걸리지는 몰라도 한번 도전 해보고 싶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해서 대학 졸업한 기분이 어떤지 꼭! 느껴보고 싶다.